퇴계동을 지나던 늦은 저녁, 복잡한 일정을 마치고 조용히 머물 곳이 필요해 주변을 살피던 중 ‘필모텔’ 간판이 도로 끝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. 외벽은 과하게 꾸미지 않은 단정한 톤이었고, 주변 상가의 불빛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부담 없이 다가가기 좋았습니다. 입구에 가까워지자 차량 소리가 유리문에 한 번 걸리며 잦아들었고, 실내 공기는 일정한 온도로 유지돼 차가운 바람을 오래 맞았던 몸이 조금씩 가라앉았습니다. 직원은 필요한 안내만 간결하게 전달해 체크인 과정이 길지 않았고, 그 흐름 덕분에 바로 객실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. 문을 열자 침구가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고, 벽면 조명이 부드럽게 퍼지며 방이 단숨에 안정된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. 잠시 벽에 기대 숨을 고르..